[인터뷰] 홍윤표 디케이테크인 CTO “인프라·솔루션 한 방에, AI 전환 선봉”
- 양평군 8억·쇼핑몰 83억 절감, ‘모델 불가지론’ 전략으로 B2B 입증
- 챗GPT·제미나이 넘나들며 맞춤 튜닝… “모델보다 조합 능력이 핵심”
- 카카오 엔터프라이즈와 HW·SW 결합, AI 조건 한 번에 제공
- AI 시대 채용 전략 “기본기 없으면 AI 써도 소용없어”
“고객에게 맞는 최적의 인공지능(AI) 모델을 골라 조합하는 게 우리의 강점입니다.”
홍윤표 디케이테크인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지난 14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회사의 AI 전략을 이렇게 설명했다. 자체 AI 모델 개발에 매달리는 대신, 상황별로 최적의 모델을 선택하고 고객 맞춤형으로 조합하는 ‘모델 불가지론(Model Agnostic)’ 전략으로 기업 AI 전환 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는 것이다. 디케이테크인은 카카오 공동체 내에서 IT 서비스와 AI 솔루션을 제공하는 기술 기업이다.
실제로 이 회사는 AI 코딩 도구로 개발 시간 55% 단축, 16년 데이터 학습을 통한 웹 제작 자동화로 30% 리소스 절감 등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양평군청 스마트 민원 시스템(연 8억원 가량 절감), 챗봇 나우(83억원 절감 효과) 등 민·관 영역에서 연간 100억원 이상의 비용 절감을 입증하며 실전형 AI 전환 파트너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 챗GPT·제미나이 넘나드는 ‘모델 불가지론’ 전략
디케이테크인의 AI 전략은 ‘어떤 모델을 쓰느냐’가 아닌 ‘어떻게 조합하고 적용하느냐’에 있다. 오픈AI의 GPT, 구글의 제미나이처럼 거대 기업들이 파운데이션 모델(대형언어모델) 개발 경쟁을 벌일 때, 이 회사는 상황에 맞는 최적의 모델을 유연하게 선택하는 전략을 택했다.
홍 CTO는 “챗GPT 응용프로그램인터페이스(API)를 쓰기도 하고, 제미나이를 쓰기도 하고, 때로는 고객사가 자체 개발한 모델을 우리 서비스에 연결해주기도 한다”며 “어떤 모델을 쓰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고객이 가장 편하게 쓸 수 있도록 ‘오밀조밀하게’ 조합하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이런 접근이 가능한 배경엔 검색증강생성(RAG) 기술이 있다. 대형 AI 모델을 새로 만드는 대신, 필요한 지식을 추가로 학습시켜 정확도를 높이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산업 현장에서 쓰는 ‘GMB(공사 관리 용어)’ 같은 전문 용어는 일반 챗GPT로는 정확한 번역이 어렵다. 외국에서 쓰지 않는 한국 고유 표현이기 때문이다.
홍 CTO는 “이럴 때 해당 업종의 전문 용어를 미리 학습시킨 별도 모델을 우리 서비스에 ‘얹어서’ 해결한다”며 “모델 자체보다 이렇게 ‘튜닝’하는 능력이 실전에서는 훨씬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물론 디케이테크인은 같은 카카오 계열사인 카카오브레인 합병을 통해 럭스로보 등 AI 자산을 확보했지만, 자체 모델 개발이 목적은 아니었다. 그는 “합병으로 인한 확보된 자산을 스마트 팩토리나 스마트 건설에 활용할 수 있는지 검토하고 있다”며 “다양한 AI 업체들과 열린 협업 체계를 유지하는 게 우리 전략”이라고 밝혔다.
이런 전략은 카카오엔터프라이즈와의 시너지로 더욱 강화된다. 카카오엔터프라이즈가 클라우드·인프라 같은 ‘하드웨어’를 제공하면, 디케이테크인은 그 위에서 작동하는 AI 솔루션 같은 ‘소프트웨어’를 담당한다. 이원주 대표가 두 회사를 겸직하며 협업을 강화하고 있다.
홍 CTO는 “다른 IT 기업들도 클라우드와 AI 솔루션을 함께 제공하는 경우는 있다”며 “하지만 우리처럼 각자의 전문성을 살리면서 이렇게 강하게 결합된 형태는 드물다”고 밝혔다. 이어 “이것이 바로 우리의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 양평군 8억·쇼핑몰 83억 절감… ‘진짜 성과’로 B2B 시장 입증
디케이테크인의 AI 전환 전략은 구체적 수치로 입증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양평군청 스마트 민원행정 시스템이다. 카카오톡 기반으로 만든 이 시스템은 전국 최초로, 주민들이 카톡으로 민원을 신청하고 청소 관제 등 행정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양평군은 이 시스템 도입 후 연간 8억원의 운영비용을 절감했고, 지난해 정보통신 우수사례 대통령상을 받았다.
‘챗봇나우’는 온라인 쇼핑몰 고객센터를 자동화한 서비스다. 대형 쇼핑몰 플랫폼에 이 챗봇을 제공하면, 그 안에 입점한 소규모 쇼핑몰들이 별도 비용 없이 AI 고객센터를 운영할 수 있다. 현재 300만 쇼핑몰이 사용 중이며, 415만 건의 고객 상담을 처리했다. 디케이테크인 추산으론 약 83억원의 비용 절감 효과를 냈다.
한국해양교통안전공단의 ‘해수호봇’은 선박 점검 정보를 카카오톡으로 제공하는 챗봇이다. 선박 소유자들이 임시 신고를 하는 기간이 20% 줄어드는 효과를 봤다.
이들 서비스의 공통점은 AI를 현장 업무 프로세스에 완전히 녹여냈다는 점이다. 홍 CTO는 “단순히 챗봇을 만드는 게 아니라, 카카오 i 커넥트톡이라는 우리 플랫폼에 IoT(사물인터넷) 센서를 연결해 실시간 정보를 주고받는다”고 설명했다.
스마트 건설 사업이 대표적이다. 건설 현장에서는 장갑을 낀 상태에서도 조작할 수 있도록 버튼을 크게 만들고, 뙤약볕에서도 화면이 잘 보이도록 고대비(high contrast) 모드를 적용했다. 그는 “3년 전 스마트 건설 사업을 기획할 때 실제 공사 현장을 직접 가보고 이런 디테일을 챙겼다”며 “공사 현장 같은 산업 현장에서는 카카오 i 커넥트톡이 업무를 지원하고, 사무실에서는 카카오워크가 지원하는 게 우리의 꿈”이라고 말했다.
보안 경쟁력 강화에도 힘쓰고 있다. 올해 ISO 27001(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을 획득했으며, 2026년 ISMS-P(정보보호 및 개인정보보호 관리체계) 인증을 목표로 하고 있다. 홍 CTO는 “인증은 기본이고, 실제로 고객들이 안심하고 사용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드는 게 핵심”이라고 강조했다.
◇ “코딩 55%↑·웹제작 30%↓”… 내부 AI 전환부터 실천
홍 CTO는 “고객에게 AI 활용을 권하면서 우리가 안 쓰면 말이 안 된다”며 내부 AI 전환을 먼저 실천했다고 밝혔다. 가장 눈에 띄는 성과는 AI 코딩 도구 도입이다.
깃허브 코파이럿과 같은 AI 코딩 도구는 개발자가 코드를 작성할 때 자동으로 다음 코드를 제안해준다. 디케이테크인은 올 초 1차 테스트에서 이 도구를 도입한 결과, 같은 작업을 하는 데 걸리는 시간이 3시간에서 2시간으로 55% 단축됐다.
홍 CTO는 “이 정도 생산성이면 도입 안 할 이유가 없다”며 “지금은 100명 규모로 2차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고 설명했다.
디케이테크인은 ‘디자인toHTML’ 자동화 시스템도 구축했다. 웹페이지를 만들 때 디자이너가 그린 그림을 HTML 코드로 바꾸는 작업이 필요한데, 이 회사는 16년간 쌓인 수십만 장의 결과물을 AI에 학습시켰다.
홍 CTO는 “다음 시절부터 카카오까지, 우리가 만든 모든 웹페이지 데이터를 갖고 있다”며 “이걸 AI에게 학습시켰더니 디자인 파일만 주면 초벌 HTML 코드를 자동으로 생성한다”고 말했다. 이어 “덕분에 웹 퍼블리싱(웹페이지 제작) 리소스를 30% 절감했다”고 밝혔다.
이 시스템은 카카오 그룹 전체가 혜택을 본다. 디케이테크인이 현재 카카오 그룹사들의 웹페이지 제작을 대부분 담당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올해는 웹 퍼블리싱 한 분야에서 시작했지만, 2026년에는 다른 개발 직무로도 확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AI 잘 쓰는 사람 채용? 오히려 개발 잘하는 사람이 필요
그는 AI 시대 채용 전략에 대해서도 명확한 입장을 밝혔다. 요즘 IT 업계에선 “AI가 코딩을 대신하니 신입 개발자가 필요없다”는 말이 나온다. 실제로 컴퓨터공학과 입학률이 줄고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하지만 홍 CTO의 생각은 정반대다.
홍 CTO는 “AI를 잘 쓰는 사람을 뽑는 게 아니라, 개발을 잘하는 사람을 뽑는다”며 “우리 채용 기조는 바뀌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어 “AI 활용 능력은 열린 마음만 있으면 금방 따라잡을 수 있다”며 “하지만 기본적인 개발 역량이 없으면 AI를 아무리 잘 써도 좋은 결과가 안 나온다”고 강조했다.
그는 한 대학교에서의 강연 일화를 함께 소개하며 AI 시대 채용에 관한 입장을 밝혔다. 강연 당시 한 교수는 “요즘 신입 개발자를 안 뽑는다고 해서 학생들이 걱정이 많고 컴퓨터공학과 입학률도 준다”고 말했다고 한다. 이에 홍 CTO는 “신입 개발자가 필요 없는 게 아니다”라며 “다양한 경험을 미리 해보고, 시도할 수 있는 힘만 있다면 충분하다”고 말했다. 또 “지금은 과도기라 힘들 수 있지만, 자신을 믿고 가다 보면 좋은 개발자로 성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2026년 목표에 대해 홍 CTO는 “가장 중요한 건 두 가지”라며 “하나는 AI를 활용해 고객이 쓰기 편한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고 두 번째는 우리 조직의 생산성을 높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특히 CTO로서 가장 압박을 느끼는 부분이 비용 절감”이라며 “AI를 통해 정량적인 작업뿐 아니라 정성적인 판단까지 시스템화해서 진짜 생산성 향상을 이루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